은퇴 시기는 일을 그만둠과 동시에 직장을 중심으로 연결되었던 관계들의 대부분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혼자 시간을 잘 보내는 방법을 찾기도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므로 은퇴 후 새로운 일과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글. 안경숙(국민연금공단 지사장)
온라인 활동부터 시작하자
은퇴 후 별 다른 취미 없이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거나 혼자 지내는 생활에 흥미를 잃게 되었을 때 커뮤니티 활동을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 조기 축구회, 산악회와 같은 취미 동호회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커뮤니티 활동이지만 지역사회나 인터넷을 기반으로 여러 형태의 커뮤니티가 있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함께 만나 즐기는 모임이지만 처음부터 낯선 커뮤니티에 선뜻 참가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럴 때는 온라인 활동에서부터 부담 없이 시작해보는 것이 좋다.
온라인이 접근성이 좋은 이유는 지역이나 시간의 제약이 없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익명성이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글 조회, 글 게시, 댓글달기 등 몇 가지 간단한 조건을 충족하면 회원가입도 쉽다. 느슨한 연결로 활동을 시작하여 어느 정도 지속적으로 활동한 후에 본인에게 맞는 모임을 찾았으면 좀 더 적극적으로 오프라인 모임 등으로 활동영역을 확대하면 된다.
오프라인 커뮤니티는 문화센터나 도서관, 스포츠센터 등 거주단지나 지역사회 시설을 매개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복지의 역사가 오래된 유럽 등 서구에서는 문화와 생태 비전을 공유하며 지역과 세대를 연결하는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하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정부나 공공기관의 커뮤니티 센터를 중심으로 강의와 커뮤니티 연계 활동을 지원하는 정책들이 많아지고 있다.
자신의 은퇴생활을 어떤 유형으로 할지 방향을 정한 후에 가장 적합한 커뮤니티 활동을 찾는 방법이 유용하다.
지역주민과 공동체 만들어 볼까?
귀농ㆍ귀촌형 은퇴생활을 꿈꾸고 있다면 온라인 귀농ㆍ귀촌 카페에 가입하여 기본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으로 집 지을 터를 구하는 것부터 텃밭 가꾸기, 농촌이웃 사귀는 법, 전세나 월세 소개까지 다양한 정보를 공유한다. 이들의 커뮤니티 활동은 단순한 정보공유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서귀포시나 남원읍의 ‘귀농귀촌협동조합’처럼 제2의 고향에서 지역주민과 더불어 공동체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경우도 있다.
서울50플러스 재단 : https://www.50plus.or.kr
지역사회에서는 도서관, 체육관, 문화회관 등 시설이나 강좌를 이용하면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형성한다. 서울50플러스 재단에서는 재단에서 운영하는 캠퍼스나 센터시설에서 교육활동을 통해 형성된 커뮤니티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5인 이상이 단체를 구성하여 온오프라인 모임을 가지고 학습, 취업·창업, 사회공헌 등 분야에서 활동을 하는 경우 활동지원금을 지급하고 커뮤니티 모임이나 교육을 할 때 공간을 제공한다.
도서관의 경우는 책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연결할 수 있다. 대부분 독서토론 모임이 있고 더 발전해서 글쓰기를 함께 하는 커뮤니티도 있다. 도서관 사서인 김정현이 유럽의 커뮤니티를 둘러보고 쓴 <유럽 커뮤니티 탐방기>를 보면 유럽에서는 커뮤니티 활동에서 지역도서관이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국의 유명한 헤이온 와이 책마을은 지역사회 전체가 책으로 연결되어 있고 외국관광객의 방문으로 경제를 활성화한 사례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도서관뿐 아니라 북까페 등을 연결점으로 크고 작은 독서 커뮤니티가 생겨나고 있다. 은퇴자들에게 독서 커뮤니티는 연령의 장벽을 넘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좋은 모임이다.
협동조합 : coop.go.kr
은퇴 후에도 직장생활의 경력을 활용하거나 취미로 즐기던 분야를 전문적으로 발전시켜 취업ㆍ창업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경우에는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협동조합을 구성하여 지자체나 공공기관의 공모사업에 도전하여 좀 더 적극적인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도 있다. 한국사회적기업 진흥원에서 운영하는 협동조합 홈페이지(coop.go.kr)에 가면 협동조합 구성방법에서부터 다양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커뮤니티 활동을 위한 매너와 팁
여러 사람이 다양하게 모이는 커뮤니티 활동을 성공적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몇 가지 주의할 사항이 있다.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하면 일단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 비전이라 말하는 것이 거창하다면 ‘만들어진 목적’에 충실하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모임인지 지역사회에 공헌하거나 경제적인 효과를 내기위한 모임인지 처음부터 취지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이 생기거나 중단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Give & Take 라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크건 작건 커뮤니티는 공동체 의식이 없다면 성공하지 못한다. 잠깐 참가해서 정보나 성과를 얻겠다는 태도가 아니라 기여하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서로 참여의지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나가야 하고 정해진 규칙을 적극적으로 지키려 노력해야 한다.
은퇴자에게 지나치게 많은 커뮤니티 활동은 에너지를 분산시켜 집중력을 잃게 한다. 반면에 커뮤니티 활동 포트폴리오를 잘 구성하면 은퇴생활에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취미, 운동, 재무 등 분야별 자신에게 맞는 커뮤니티 활동을 리스트 업 한 다음, 원하는 개수가 남을 때까지 하나씩 지워나가는 방법을 택해본다. 그러면 마지막에 내가 꼭 활동하고 싶은 커뮤니티만 남을 테니 집중할 수 있고, 활동하다가 여력이 생기면 그 리스트에서 다시 하나씩 추가하면 된다.
커뮤니티 활동을 하게 되면 혼자 있을 때의 무료함을 달랠 수 있지만 그 반대로 은퇴 후에도 의무를 다해야 하는 활동이 피곤할 수도 있다. 커뮤니티는 공동체이므로 다양한 갈등상황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크거나 작은 한 두 개의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살아간다. 은퇴 후 혼자의 삶과 공동체의 삶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